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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인생 본문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렇게 한심하고 답답한 상태가 인생의 본성(nature)이고 기본 모드(default mode)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어쩌면 이런 지극히도 자연스런 인생의 본성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이룰 수 없는 환상만 좇다 보니 이리 불행한 건 아닌가 싶다. 하는 일마다 턱턱 막히고, 생각지도 못한 사건에 고꾸라지는 것이 인생의 본성이고 기본 모드다.
불안정한 현실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좋은 학벌, 좋은 직장, 좋은 결혼이 나를 안정적인 미래로 이끌어 줄 거라 기대한다. 그래서 수많은 청년들이 의대 진학을 희망하고,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안정적인 사람과의 결혼을 꿈꾸나 보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내 인생에 영원한 안정을 가져다주진 않는다. 왜냐하면 불안정이 인생의 본성이고 기본 모드이기 때문이다. 입시경쟁에 고통 받는 고등학생은 좋은 대학만 가면 고민이 다 해결될 거라 믿겠지만, 고민들은 그저 다른 고민들로 대체될 뿐, 대학에 간다고 고민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직장 역시 마찬가지다. 힘겹게 취업의 바늘구멍을 뚫었다 해도 이내 “퇴사”를 꿈꾸는 것이 한국 직장인의 현실이다. 결혼 역시 마찬가지인데, 안정된 삶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결혼은 더 많은 사회적 역할의 저글링을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의 삶을 더 불안하게 만들곤 한다. 그 속에서 개인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도 여럿 봐왔다.
그러니 지금 삶이 불안정하다고, 지금 삶이 하나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너무 좌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소셜미디어 속 사진에 속아 못 느낄지 모르겠지만, 누구나 시궁창 같은 현실에 살고 있고, 누구나 불안한 미래와 싸우고 있다. 필자의 삶도 예외가 아니다.
중요한 건 탈출이 아니라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일이다. 행복한 삶은 안정된 삶,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삶이 아니라, 불행과 함께 공존할 줄 아는 삶이다. 그러한 삶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을 우리는 현명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대학원 생활 역시 마찬가지다. 행복한 대학원 생활은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이상적인 나날들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꽃을 피울 줄 아는 현명한 처신 속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니 괴로운 현실 속에서도 모두 한낱 희망의 꽃을 피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엄태웅님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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