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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처음이라 9화 명대사

mjuu 2020. 2. 17. 01:00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1)
세희: 많이 섭섭하셨습니까? 제가 그었던 선이. 남들 앞에서 부부 관계 연출하지 말자고 해서 그리고 '우리'라고도 부르지 말라고 해서, 많이 서운하셨습니까?

지호: 네.

세희: 저는 지호씨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남들과 다르게 저희는 종료를 전제로 한 결혼이니까요. 지호씨에게는 주거공간을, 저에게는 월세라는 이익을 상호합의한 계약이긴 하지만, 결혼 종료 후에는 저보단 지호씨의 피해가 더 클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여성이시고 저보다 나이도 적으시니까. 그래서 사회적 평가가 더 엄격할 수도 있으니까. 되도록 저와 관련된 관계들은 최소화하고 무언가를 같이 공유하는 일도 되도록 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2)

약속을 했으니까요. 지호씨에게 폐가 되지 않겠다고 지호씨 어머니와 약속을 했었으니까 지키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지키고 싶구요.

(3)

제가 졸업하고 보조작가로 취직했을 때, 한 달에 80만원을 받았어요. 그 때 저희 아빠가 당장 때려치고 남해 내려와서 시금치 캐라고 그러셨어요. 집 뒤에 있는 텃밭에서 시금치 일주일만 캐도 그것보단 많이 번다구요. 그렇게 남들 다 이해 못하는 일을 제가 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냐면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좋은 작가가 되겠다던지, 유명해지고 싶다던지, 성공하겠다던지 그런 생각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냥 어쩌다가 시나리오라는 걸 보게 됐는데 그게 미치게 재미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시작한 거 였어요. 하루하루 글이라는 걸 쓰는 게 재미있어서 그냥. 글을 써서 뭘 이루겠다던지 뭐가 되겠다던지 그런 생각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전 2년 뒤에 일같은 건 생각 안 해요. 거기까지 생각했으면 아마 못했을 거에요, 이 결혼. 그냥 저한테는 지금 당장 이 방이 필요했고, 이 집의 안전함이 좋았고 고양이랑도 헤어지기 싫었고, 또 집주인이 믿을 만한 사람이어서 그래서 한 거에요. 지금 현재 이 집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그러니깐 결혼이 끝나고 난 뒤의 일같은 건 저한테 중요하지 않아요,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이제 일부러 선긋는 거 하지 마세요.

(4)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집주인이라고 하지 마세요. 혼자라고 오해 받을 수 있으니깐. 남들 앞에선 남편이라고 하세요. 위험한 일이 또 생길 수도 있으니깐 혼자라고 오해 받지 않게. 2년 동안 저와 함께 이 집의 소속이시니까.

(5) 호랑아, 결혼이 왜 하고 싶어?

너 알지?나 어렸을 때 까만 옷은 쳐다도 안 봤던 거. 근데 이제 옷장 열면 나도 모르게 안 튀는 색 옷만 집게 된다. 어느 옷에나 입어도 잘 어울리고 어딜 가도 튈 일이 없잖아. 그래서 좋아. 있지, 우리 엄마 목욕탕 다니는 모임 중에 아줌마 하나가 어느 보험회사 팀장인가 그렇대. 관리를 엄청해서 날씬하고, 주름도 없고, 돈도 엄청 잘 번대나봐 목욕하고 나오면 맨날 밥도 사주고, 아줌마들도 멋있게 산다고 엄청 부러워 하고.
근데 어디 놀러갈 땐 그 아줌마만 쏙 빼놓고 간다. 그 아줌마가 빨간 코트거든. 일하느라 바빠서 결혼을 안 했대.
지호 난, 그냥 남들처럼 똑같이 평범하게 살고 싶어. 남편도 있고, 애도 있는 그런 아줌마. 친구들 모임가서 같이 시부모 얘기도 하고, 애 키우는 얘기도 하고, 그런 까만 코트만 입고 싶어 이제. 남들이랑 섞여 있어도 튀지 않고 똑같은 사람. 남들하는 거 똑같이 하면서 같이 얘기하고 같이 웃는 거, 그게 내 꿈이야. 결혼은 나한테 '너도 남들만큼 괜찮다.', '여자로서 가치가 있다.', 라고 얘기해 주는 까만 코트야.

(6)

호랑은 빨간색이 참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남들과 다른 색을 입어도 언제나 당당했던 아이, 그게 호랑이었는데. 우리는 언제부터 남들과 다른 색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한 걸까? 하지만 무엇보다 씁쓸한 건 나 역시 결혼이라는 까만 코트를 입었던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는 거.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좋았다. 무언가에 속한 사람이 되었다는 게.

(7)

지호: 별로 친하지도 않은 친구들인데 제가 결혼을 했다고 하니깐 뭔가 친해진 기분이 들더라구요. 어떤 그룹에 속한 기분 같은 거 오랜만에 느껴 보거든요. 기분이 좋았어요, 사실.

세희: 이제 소속감의 단계를 거치시나보네요. 매슬로우 욕구 이론이요. 인간의 욕구는 한 단계를 거치면 자연히 다음 단계를 원하게 되니까요.
지금 지호씨의 그 상태가 바로 가장 동물적인 인간의 욕구니까요.
지호씨 같은 경우에는 결혼을 통해 가장 원초적 1단계인 의식주 욕구를 해결했고, 그리고 집주인인 저를 통해 2단계 안전 욕구 역시 해결했죠. 그러니까 이제 3단계인 소속감 욕구, 어딘가에 속하고 싶다고는 욕구가 생겨나게 되신거죠. 그러니깐 그런 기분들도 그저 동물적인 기분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다~ 부질없는 인간의 하등한 욕구일 뿐이죠.

(8) 공대생의 프로포즈 멘트

진리임에도 증명될 수 없는 수학적 명제가 존재한다는 말이 있어. 그 동안 나는 너한테 증명해보이고 싶었던 것 같아. 근데 내가 깨달은 게뭐냐면, 어차피 우리 사랑은 완전한 증명이 불가능하다는 거야. 그게 너무 완벽한 진리라서.

[출처]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9화 명대사 모음|작성자 닮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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