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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 박인경 본문

북리뷰/에세이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 박인경

mjuu 2019. 8. 30. 12:14

 

23p 생활계획표

 

직장인으로 생활하다보면 '내 시간'이 간절해진다.

평일 퇴근 후의 저녁 시간과 주말이라는 이틀의 시간.

 

나는 '내 시간'을 조금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계획적으로 보내려 애쓴다.

출퇴근길에는 스마트폰의 메모장 어플을 열어 이번 주말에 꼭 하고 싶은 일을 적는다.

 

예를 들면

SNS에서 본 예쁜 카페 가기,

서점 가서 베스트셀러 도서 구매하기,

도시락 싸서 공원으로 소풍 가기,

공공자전거인 따릉이를 빌려 한강에서 자전거 타기,

먹고 싶은 음식 요리해 먹기.

 

항상 '내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여유를 두고 자연스럽게 하면 좋을 일도 계획적으로 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계획대로 행동하다 보니 강박이 생겨 주말에도 여유가 없어졌다.

 

이럴 때 보면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항상 '적당히'가 어렵다.

 

 

 

164p 아름답게 불안한 시간

 

10여 년 전의 나는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면, 불안했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고요한 세계에서 살아갈 줄 알았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취직만 하면 안정적으로 살아갈 줄 알았으며,

취직을 한 뒤로는 연차가 쌓이기만 하면 편안한 시간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는 달랐다.

나는 여전히 고요하지 않은 세계 안에서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

마치 흔들리는 호수의 표면처럼 아름다우면서 불안한 시간들이 이어진다.

 

과연 언제쯤이면 잔잔하게 지낼 수 있을까.

 

 

 

202p 순간을 산다는 것

 

아쉬움을 쌓아가는 습관이 있다.

행복한 순간을 만나면 그 시간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시간을 계속해서 부여잡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럴 때마다 인문학 책에서 본 구절을 떠올려본다.

 

메멘토 모리.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아모르 파티. 그러니 네 운명을 사랑하라.

 

 

 

214p 끄적임

 

여느 주말과 다르지 않게 가벼운 에코백에 다이어리, 펜, 이어폰, 핸드폰만 챙겨 집 근처 카페에 갔다.

편안한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번 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기록하고, 다음주에 무엇을 할지를 계획했다.

 

이렇게 지난 시간에 대한 기록과 다가올 시간에 대한 계획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것은

확신 없는 삶에 대한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는 행동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다이어리에 무언가를 채워나간다.

기록과 계획이 있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언제나 달랐다.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싶은 마음, 내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한 나는 언제나, 어디에서나 끄적이고 있을 것이다.

 

 

 

220p 밸런스를 맞추다

 

직장 생활에 우선순위를 뺏겨 쉴 틈 없이 지내다보면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놓칠 때가 있다.

 

가령 내 옆에 있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라든가, 자신의 건강, 자기 존중과 같은 가치들.

 

숨 가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이따끔씩 멈춰 서서 삶의 밸런스를 잡아가는 시간은 필요하다.

 

'일'과 '삶'이라는 요소를 기다란 시소 양쪽 끝에 태우고 중심을 잡아보는 시간.

그게 곧 인생이겠지.

 

 

 

230p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주변에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

다들 긴 미래를 바라보며 안정적인 삶을 그리는데,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지 생각해보니 눈앞이 흐려지는 것이다.

나도 이참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공무원인 유치원 교사를 준비해야 하나.

......합격도, 행복도 보장되지 못한 미래를 위해 긴 시간 동안 공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순식간에 나의 삶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먼 미래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 두 가지 차원의 시간 중에 더 중요한 건 뭘까.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 한국마인드(?)에서 벗어나 넓게 생각하면 공무원이 꼭 답은 아니지 않을까.. 아닌가..

 

 

 

233p 홀연히 사라지거나 정착하는 것들

 

굳이 오지도 않을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두면 절로 답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홀연히 사라지거나 정착하는 것들.

숨을 쉬는 것처럼 몸에 배는 작은 습관, 갑자기 튀어나온 뾰루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판단하기보다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결정지어지는 것들.

그것을 내버려두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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